한국에서 개발자로 살아 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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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ni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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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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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에 블로그 손질을 좀 했다. 내 경험을 담아(주로 개발과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들) 누군가에게 들려 주고 싶어 시작한 블로그다. 그 누군가는 지금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큰 아들과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들이다. 그들이 성장해 아버지의 직업이 무엇이였고 우리나라에서 왜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개발자’로 살아가는 매력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기초 자료가 되길 희망하며(그런 바람으로 시작했으나 갈수록 힘듬).

블로그 손질하며 좀 더 열심히 기록해야 하는데…그 동안 너무 오랫동안 자릴 비웠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달부터 다시 열심히 기록해야지 결심하며 적는 첫 번째 글의 주제가 공교롭게도 ‘개발자의 현실과 미래’에 관한 얘기가 되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1시간 간격으로 같은 주제, 다른 글을 읽었다. 전자신문의 기사다.

[미래포럼]SW 개발자 파견, 한국 SW산업 망친다.

“그 일은 힘들고, 빛도 나지 않고, 나이를 먹어도 공부해야 하고,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란다. 너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좋다”(고등학교 때 부모님)

“잘 돼 봐야 게임회사 또는 인터넷 포털 회사에 입사하는 거다. 매일 밤을 새고 주말에 출근하고 더욱이 여자들은 그런 직업 싫어해. 능력 있고 예쁜 여자와 결혼 하고 싶어? 그럼 너도 고시나 대기업 시험 준비해”(대학 선배)

“개발자 정년은 37세야. 너도 10년 지나면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해. 그러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고객 접대하고 기획 영업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아. 평생 개발자? 순진하긴. 그런 건 외국 나가야 해”(직장 선배)

“미국에선 엔지니어로서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해요. 누가 그렇게 산다고 인생 실패자라 생각하지도 않고. 그런데 한국에선 5년이나 7년 이상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수치예요”(구글코리아 수석 엔지니어)

착찹하다. 이런 미래를 아이들한테 보여 주고 싶진 않다. 난 지금도 충분히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물론 매번 행복하다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가능한 나 스스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주문을 외운다. 그것은 저 한편에서 위와 같은 현실에 굴복 당하기 싫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하는 강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밤새 기획하고 수개월을 고생해 내 놓은 결과물이 대중의 관심은 커녕 클라이언트의 냉혹한 평가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사업 초기와 달라졌나?

확실히 달라졌다. 개발환경이? 보수가? 아니다. 그런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내 생각이 달라졌을 뿐이다. 얄팍하게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며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내가 처한 현실. 한 마디로 우울하다. 전혀 행복하지 않다.

견적을 내고 미팅을 하면서 단가는 어김 없이 내려 간다. 투입되는 인력들의 인건비를 딜하는 조직을 그래서 싫어한다. 비싼 값을 치루는 서비스, 상품에는 반드시 그 만큼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한번도 느껴 보지 못한 사람들 같다. 아니, 그들은 백화점에서 수없이 많은 상품을 구매하면서 이미 그런 경험들을 충분히 갖고 있음에도 시스템 개발 투자, 컨설팅 투자에는 싼값으로 후려치려고 한다.

일전에 고객 발굴 3단계에 대해서 설명했던 적이 있었다. 리더(lead)발굴에는 최소의 비용을 사용해야 하지만, 고객(Customer) 발굴에서는 비싸게 획득한 고객일수록 높은 이윤을 만들어 주며 장기 고객(Client)이 되었을 때 유지비용 및 신규 고객 발굴 비용에서 그 이상의 값을 돌려준다는 것이 설명의 핵심이였다. 역시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한다는 얘기다.

얘기가 길어졌다.

오늘 읽은 또 다른 글을 간추려 본다.

1. 능력있는 개발자와 평범한 개발자의 차이는 매우 크다. 2류 작곡가 10명을 모은다고 하더라도 모차르트의 곡과 같은 수준의 음악이 나오는것은 아니다.

2. 최고의 근무 조건 구비 -> 최고의 프로그래머 채용 -> 최상의 프로그램 개발 -> 이익 실현.

3. 프로그래머에게 지출되는 비용을 인색하게 줄이면 결국 소프트웨어는 날림이 된다.

4. 직원들을 통한 인재 채용은 최악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5. 인턴쉽을 적극 활용하라.

6. 개인 사무실은 분명히 생산성에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회사도 고집스럽게 개인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다.

7. 개발자에게 좋은 장난감 제공하자. 최고급의 컴퓨터와 대형 모니터, 아마존에서 기술서적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생산성이 오른다.

8. 조직 내에서 프로그래머의 대우가 어떤가? 전문가로 대접받는가?

9. 면접에서는 지원자 뿐만 아니라 회사도 평가 당한다. 세련된 사람들인지 성품이 좋은지 평가받는다. 좋은 사람을 뽑고 싶으면 왕짜증 스타일의 프로그래머는 면접 당일만큼은 제외 시켜야한다.

10. 정상급 신입 사원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선정하게 두라.

11. 멋지지만 불필요한 최신 기술을 허용하라. 회사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지적 만족감이라도 주어야 한다.

<출처> 똑똑하고 100배 일 잘하는 개발자 모시기

우리회사 개발자들에게 연봉 1억 원을 가져게 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 목표가 너무 소박한가?

개발자,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은퇴 정년이 있나? 우린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게 좋아 이 길을 택했다. 10년 정도 코딩하고 나면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코딩을 하고 있으면 창피한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아이들이 학교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는 회사 대표야 라고 말하지 말고 프로그래머야 라고 답하라고 한다. 왜? 난 내 아이들에게도 코딩을 배우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갑이 다 되어가고 있는 우리 회사 이사님께서도 아직도 직접 코딩을 하고 계신다. 아들도 게임회사에서 개발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우리 회사 개발팀장 역시 초등학교 아이 둘을 둔 가장이다. 아직은 충분한 보수를 주고 있지 못하지만 그들이 개발자로서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내가 할수 있는 노력은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가 잦고 있는 이런 고민을 함께 풀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지> http://www.flickr.com/photos/blmurch/6533893895/sizes/l/in/photost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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